분노의 포도 1
분노의 포도 1
존 스타인벡 저/김승욱 역 • 민음사 • 2008년 03월 24일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전 2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대공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1930년대 말 미국을 배경으로, 정직하게 살아가다 하루아침에 비참한 이주 노동자로 몰락한 조드 일가를 통해 참혹했던 당시 미국의 현실을 그려낸 작품이다.
톰 조드는 살인죄로 4년간 감옥살이를 한 후 가석방되어 부모가 사는 농가로 향하던 중 모래 바람으로 바싹 말라 버린 옥수수와 빈 농장들을 목격한다. 그의 가족들도 모두 근처 큰아버지 집에 모여 떠날 채비를 하는 중이었다. 가뭄과 모래 바람 때문에 농사를 망친 후 은행의 빚 독촉에 시달리고, 트랙터가 들어와 인력이 필요 없어지자 오랫동안 살아온 농장을 등지고 일꾼을 구한다는 캘리포니아로 떠나려던 것이었다. 그러나 길을 나서자마자 그들처럼 캘리포니아로 가는 사람들이 고속도로에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고된 여정 중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고, 톰의 형은 말없이 사라지며, 임신한 여동생의 남편은 달아나 버린다. 그렇지만 가족은 선택의 여지없이, 막연한 기대를 품고 나아간다. 막상 캘리포니아에 도착해 보니, 일을 하려는 사람은 많고 기업화된 농장들은 담합하여 임금이 턱없이 낮아져 있었다. 그 속에서 주인공들은 강한 정신력을 갖게 되며 성장해 나간다.
저자는 비참했던 미국의 모습을 그려냈지만, 그것만이 이 책에서 보여주는 전부가 아니다. 가난에 허덕이며 절망하면서도 끝까지 인간의 존엄성만은 놓지 않으려 애쓰는 주인공들을 통해 희망의 가능성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음을 보여 준다.